스바루가 STI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새로운 미스터리를 던졌다. 이번에 회사는 ACX와 VPX라는 이름, 그리고 여기에 STI 배지가 붙은 ACX STI와 VPX STI의 상표를 함께 출원했다. 평소에는 Forester, Outback, Crosstrek 같은 정식 명칭을 선호하고 BRZ나 WRX 같은 특수한 경우에만 알파벳과 숫자 조합을 쓰는 스바루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행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STI 접미사다. 이 접미사만으로도 스포티한 모델, 레이스에서 검증된 기술, 더욱 날카로워진 섀시 튜닝이 연상된다. 다만 ACX와 VPX가 양산차가 될지, 콘셉트카나 한정판으로 나올지, 아니면 단순한 방어용 상표 등록에 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ACX라는 이름에는 역사적 전례가 있다. 스바루는 1985년 도쿄 모터쇼에서 ACX-II 콘셉트를 선보인 바 있다. 이 계보는 이후 XT로 이어졌고, 최종적으로 국내에서 알시오네로 불린 SVX까지 발전했다. 따라서 ACX는 쿠페를 가리킬 가능성이 있다. Alcyone Coupe eXperimental의 약자일 수도 있지만, 아직은 추측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전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2023년, 스바루는 BRZ보다 큰 대형 쿠페인 Sport Mobility Concept을 공개했다. 크로스오버가 넘쳐나는 시장에서 새로운 쿠페를 내놓는 것은 분명 도전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혼다가 프렐루드를 부활시킨 사례를 보면, 운전자를 위한 틈새 모델이 여전히 통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VPX는 좀 더 까다롭다. 스바루의 역사와 뚜렷한 연관성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모델이나 신기술, 혹은 별도의 전기 스포츠카 라인을 의미할 수도 있다. X는 WRX처럼 eXperimental(실험적)을 뜻할 가능성이 높지만, 나머지 글자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상표 출원만으로 양산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예방적 차원에서 이름을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두 개의 STI 배지 이름이 동시에 등장한 점은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흥미롭다.
스바루는 BRZ와 WRX 외에는 뚜렷한 스포티한 스토리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ACX STI와 VPX STI가 콘셉트카일 수도, 미래의 전기 퍼포먼스 모델일 수도, 전혀 다른 무언가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스바루가 '빠른 스바루'라는 정체성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